• 칸옥션 제12회 미술품경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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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t. 068

이인성 李仁星 1912-1950
선유 船遊
종이에 수묵담채
12x46.7cm
액자/추정 KRW 45,000,000-80,000,000

이인성은 대구 출신으로 일제강점기 '조선미술전람회가 낳은 기린아'라 불릴 만큼 뛰어난 재능을 가진 화가였다. 어려서 특별한 미술 수업을 받지 않았음에도 천부적 재능으로
조선미전에서 가장 뛰어난 성과를 보였다. 초기에는 특히 수채화에 재능을 보여 다른 이들과 차별화되는 독자적인 화풍을 선보였다. 주로 향토적인 한국의 모습과 신도시의 새로운 풍경을 감각적인 필치로 그렸다. 이 시기 이인성은 그림을 주로 불투명 수채로 그렸는데, 진한 채색에 어두운 분위기를 특징으로 한다.

이러한 화풍은 그의 스승인 '서동진'의 영향이 컸다. 또한 대구 지역 미술 단체 '향토회'의 선배인 '김용준'과 당시 대구 지역 화풍의 영향도 꽤 받았던 듯하다. 이인성은 경북여고 교장으로 있던 시라가 주키치 白神壽吉의 도움으로 도쿄 태평양미술학교로 유학을 다녀온 후 그림의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다. 불투명 수채화보다는 유화를 많이 그렸고, 때때로 수채화 물감을 사용하여 문인화풍의 동양화를 그렸다.

이인성의 문인화는 조선시대의 남종문인화와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른 성격을 보이는데 이는 일본 유학 때 배운 일본 스승의 영향 때문으로 보인다. 작품 내용으로는 한국 여인들의 모습을 그린 인물화도 있고, 고향 들녘을 그린 산수화풍의 그림도 있다. 또 자연의 순간적인 장면을 포착하여 파격적인 구도와 감각적인 색채로 그린 문인화도 여러 점 있다. 현재 남아 있는 이인성의 문인화 작품은 얼마 되지 않아 약 30여점 정도로 추정된다.

본 경매에 출품된 이인성의 '선유도 船遊圖'는 선면에 그린 것이다. 연둣빛의 화사한 버드나무 아래 뱃놀이를 하고 있는 인물들의 모습을 간결하면서도 자연스럽게 그렸다. 화면의 좌측에는 나무의 몸통 부분이 굳건히 자리하고 있고, 우측으로 치렁치렁한 잎사귀들이 늘어져 있다.
이인성 특유의 일필 一筆의 붓질과 감각적인 색감이 화면을 맑게 해준다. 특히 버드나무를 본 주제인 '뱃놀이' 앞으로 급격하게 끌어들인 구도는 전통적인 조선 문인화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기법이다.

이런 면에서 이 작품은 동양의 전통적인 뱃놀이 풍습과 파격적인 서양화법이 한데 어우러진 특이한 작품이다. 또한 현전하는 그의 문인화풍 그림 수십 점 중에서 빠른 붓질, 맑은 색감, 감각적인 구성 등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수작이라 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