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칸옥션 제12회 미술품경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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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t. 100

십육성분도 十六省分圖 : 수헌거사 유본예 소장본 -

종이에 수묵담채, 먹
34.7x22.6cm
첩/추정 KRW 30,000,000-60,000,000

「십육성분도 十六省分圖」는 중국의 전역의 각 성을 정교하게 그리고 각 면에 성에 대한 설명을 써 놓은 지도첩이다. 청나라에서 제작된 지도첩인 「대청분성여도 大清分省輿圖」를 바탕으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대청분성여도」는 청나라 건륭 乾隆 19년에서 25년(1754-1760)에 걸쳐 제작된 청대의 대표적인 지도첩이다. 「대청분성여도」는 조선, 중국, 일본을 아울러 그린 지도 1면, 청 초기의 수도인 심양 沈陽 지도 1면, 이후 수도인 연경 燕京 지도 1면과 중국의 16개 성 省을 그린 면을 모두 합쳐 총 19면으로 이루어져있다. 「십육성분도」는 「대청분성여도」와 총 19면의 내용이 동일하며 뒤에 ‘열하 熱河’ 지역이 추가되어 총 20면의 지도로 이루어져 있다.
열하는 건륭황제가 별궁을 건설한 후 북경에 버금가는 청나라의 정치와 문화의 중심지였다. 1780년 연암 박지원 燕巖 朴趾源은 건륭황제의 70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한 조선사절단을 따라 북경과 열하지역을 다녀온 뒤, 오랑캐로만 치부했던 청나라의 경제적, 문화적 발전상을 소개하며 자신의 견문을 『열하일기 熱河日記』로 남겼다. 박지원이 열하에 대한 기록을 남긴 후 그의 사상을 이은 후배 학자들 사이에서 열하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었다. 열하는 청나라의 선진 문명을 상징하는 곳이었으며, 조선 학자들이 가장 찾기를 원하는 곳이었다. 이러한 실학자들의 의식이 「십육성분도」를 엮으면서 자연스럽게 투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출품된 「십육성분도」는 조선 후기 대표적 실학자인 영재 유득공 泠齋 柳得恭의 둘째 아들로 검서관을 지낸 수헌거사 유본예 樹軒居士 柳本藝의 소장본으로 표지에 ‘수헌장 樹軒藏’이라는 글씨가 남아있으며 내부에 ‘계행 季行’(유본예의 자), ‘유본예인 柳本藝印’라는 인문 印文이 남아있다. 유본예는 서울의 문화와 역사, 지리를 설명한 『한경지략 漢京識略』을 저술할 정도로 지리학에 관심이 많았던 실학자이다. 아버지 유득공은 역사와 지리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인물로 박지원 朴趾源, 이덕무 李德懋와 개성·평양·공주 등과 같은 국내의 옛 도읍지를 유람하였고, 심양 여행과 두번의 연행을 포함하여 총 세 차례 중국을 다녀온 바 있다. 중국 견문을 바탕으로 『발해고 渤海考』, 『난양록 灤陽錄』, 『열하기행시주 熱河紀行詩註』, 『연대재유록 燕臺再游錄』를 남겼으며, 한국 역대의 도읍지를 읊은 영사시 詠史詩 「이십일도회고시 二十一都懷古詩」가 유명하다. 유본예의 지리에 대한 관심은 아버지 유득공의 영향이 컸을 것으로 보인다.
「십육성분도」의 앞뒤에 적혀있는 ‘十六省分圖’라는 글씨는 송석원시사 松石園詩社의 일원이었던 중인 출신의 시인 왕태 王太의 글씨이다. 두인 頭印은 소식의 시구 ‘공퇴청한여치사 公退淸閑如致仕’이며 마지막 부분에 남아있는 있는 ‘옥경산방 玉磬山房’인문은 왕태의 당호이다. 왕태는 천수경 千壽慶을 중심으로 장혼 張混, 김낙서 金洛瑞, 조수삼 趙秀三, 박윤묵 朴允默, 차좌일 車佐一 등과 함께 송석원시사의 일원으로 시를 지었던 인물로 한미한 집안 출신이나 훗날 윤행임 尹行恁의 천거로 어전에서 시를 짓기도 했다.
「십육성분도」는 조선 후기의 다른 지도들에 비해 그림 솜씨가 섬세하여 회화적 성격이 강하며 각 성에 대한 설명이 함께 남아있어 조선 후기 실학자들의 청나라에 대한 관심, 지리학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으며 지리학적인 면에서 뿐만 아니라 실학사적, 미술사적인 의미도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