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칸옥션 제13회 미술품경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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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t. 013

미수 眉叟 허목 許穆 1595-1682
목우도기 牧牛圖記
1667년(정미)
종이에 먹
액자/추정 KRW 3,000,000-7,000,000
낙찰 KRW 5,500,000

이 작품은 미수 허목이 연천에 살던 시절 누군가 찾아와 목우도를 보여주자, 그 그림을 대하는 감회를 적은 글이다.
미수 허목의 문집인 『기언記言』 제29권 하편 「서화」에 '목우도기牧牛圖記'로 수록되어 있다.


六年春。余居漣上。有客從吳殿中來。持牧牛圖示余。雨景,雪景爲二圖。有平川野樹。郊墟遊牛。有行者立者吃草者。童子有跨者。有下者。有被蓑者。有戴篛笠者。有持釣竿者。其下時之名公學士詠畫酬唱詩成一什。余無他事。老於耕牧。或燒菑種秫。或牧牛平蕪。垂釣淸溪。曰夕墟煙生暝色。罷釣驅牛而歸。此老人耕牧而樂者也。
今時已孟春。寒日滌凍塗。雉震呴。魚陟負氷。農緯來治田。對此畫。悠然有郊原間暇之趣。喜而書之。爲牧牛圖記。丁未正月。

현종 6년(1665) 봄에 내가 연천漣川 가에서 지내고 있을 때 한 객이 오전중吳殿中을 따라와서 목우도를 나에게 보여 주었는데, 우경雨景과 설경雪景 두 가지로 된 것이었다. 넓은 평야와 들녘의 나무, 빈 터에 노니는 소가 있는데, 걸어가는 놈, 서 있는 놈, 풀 먹는 놈이 있었으며, 목동들은 소를 타고 있는 자, 내려오는 자, 도롱이를 입고 있는 자, 삿갓을 쓴 자, 낚싯대를 쥔 자가 있었다. 그 밑에는 당대의 명공名公과 학사學士들이 그림에 대해 읊고 수창酬唱한 시詩가 일습一什을이루고 있었다. 나는 별다른 일이 없어 밭을 갈고 소를 먹이며 늙어간다. 그리하여 묵정밭에 불을 놓아 수수를 심기도 하고 들판에서 소에게 풀을 뜯기기도 하며 시냇가에서낚싯대를 드리우다가, 저물녘에 연기가 나고 어두워지면 낚시를 그만두고 소를몰고 돌아온다. 이는 늙은 내가 밭 갈고 소 먹이면서 즐기는 것이다.
지금 절기가 이미 맹춘孟春이라서 추위가 나날이 달라 언 땅이 녹아서 꿩이 울고 물고기가 얼음 위로 뛰어오르며 농부가 쟁기를 챙겨서 밭을 간다. 그런데 이 그림을 대하니 유유히 들판에서의 한가한 정취가 있으므로 기쁜 마음으로 글을 써서 목우도기를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