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칸옥션 제13회 미술품경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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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t. 038

만해 卍海 한용운 韓龍雲 1879-1944
서간 書簡 : 화엄사 진진응(陳震應, 1873-1941)스님께
1912년
종이에 먹
14.2x8.9cm
엽서/추정 KRW 40,000,000-80,000,000
낙찰 KRW 40,000,000

불교사상가이자 독립운동가였던 만해 한용운이 범어사에서 1912년 12월, 화엄사 진응스님에게 보낸 편지이다.
지난 7월 만주에서 육혈포 세 방을 맞아 구사일생했다는 일화와 함께 삶의 무상함에 대한 소회와 진응스님에 대한 그리움을
적었다.
만해스님과 진응스님은 일본의 불교계 침탈에 맞서 민족주의적 의식을 가지고 한국 불교의 정체성 수호에 힘쓴 인물들이다. 이 엽서는 일제 치하 당시 암울했던 모습을 간접적으로 보여줌과 동시에 만해스님의 인간적 면모와 진응스님과의 우정을 확인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다. 특히 만해스님이 만주에서 육혈포에 맞아 겨우 살아나 귀국했다는 일화를 만해 본인의 글로써 증언하는 자료인지라 사료적 가치가 더욱 높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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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 | 전남 구례군 화엄사 내 진진응 앞
全南 求禮郡 華嚴寺 內 陳震應 專

발신 | 부산부 범어사 한용운, 12월 17일
釜山府 梵魚寺 韓龍雲, 十二月 十七日

積年阻候 伏悵曷已 伏未審寒沍 講體萬安 伏溯伏溯 生 布敎次 今七月 往滿洲矣不幸 而路逢强盜 被六穴砲三發 一生於萬死之中 而今纔還國 劫後餘毒 尙未快復耳 奈宿障非輕 所志所事 百無一成 動輒得咎 幾無容身之地 且幾死於海外之爆彈 夫人間 何者非夢 半世夢 夢一何凶也 解夢之訣云凶則吉 以是自慰 會合何時 臨書增悵

오랫동안 소식이 끊겼으니 그 아쉬움 어찌 한량이 있겠습니까. 추위에 강론 진행하시는 몸은 평안하신지요? 그립고 그립습니다. 소생은 포교차 이번 7월에 만주에 갔었는데 도중에 강도를 만나 육혈포六穴砲 세 발을 맞고 구사일생으로 살아나 이제야 겨우 귀국했는데 위협을 당한 뒤의 여독이 아직도 완전히 가시지 않았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묵은 업장이 가볍지 않아 뜻한 바나 하는 일마다 장애가 발생하여 거의 몸 둘 곳이 없는데, 해외에서 폭탄에 거의 죽을 뻔하기까지 했으니...
무릇 인간의 삶에 꿈이 아닌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만 반생의 삶에서 꾼 꿈이 어찌 이다지도 흉측하단 말입니까. 해몽解夢 비결에서, “흉사가 극에 달하면 길하게 된다”고 하니 이것으로 자위自慰할 뿐입니다. 언제 만나 뵐 수 있을까요? 이 글을 적을 즈음 아쉬움만 쌓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