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칸옥션 제13회 미술품경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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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t. 070

소치 小癡 허련 許鍊 1808-1893
산수 山水 : 낙서암 樂棲庵에서
1885년(을유)
종이에 수묵담채
55x206cm
가배접/추정 KRW 20,000,000-50,000,000
낙찰 KRW 28,000,000

이 작품은 소치 허련의 78세작으로 세로 55cm 가로 206cm에 달하는 대작 산수로 현재 전하는 허련의 산수화중 폭이 가장 넓은 작품이다.
작품의 우측 상단에는 맑은 날 여름날 강촌의 평화로운 풍경을 노래한 두보의 시 「강촌江村」의 한 구절을 예서체로 적고, 좌측 상단에는 판교 정섭板橋 鄭燮이 연경을 여행하며 쓴 「연경잡시燕京雜詩」의 1수가 적혀있는데, 이 시는 시대착오적이고
세속적으로 살고 싶지 않은 마음과 미불米芾의 미가선米家船과 같이 그림을 가득 실은 배를 타고 강호를 유람하고 싶은 정섭의 마음을 표현한 시이다.

淸江一曲抱村流長夏江村事事幽
맑은 강 한 구비가 마을을 안고 흐르니, 긴 여름 강마을엔 일마다 모두 한가하네.
_ 두보 「강촌」 中


不燒鉛汞不逃禪 不要烏紗不要錢 但願清秋長夏日 江湖常放米家船
장생의 단약鉛汞을 쫓지 않고 선도에 들지 않으려 하니, 벼슬아치의 모자도 필요 없고 돈도 필요 없네.
다만 원하건대 맑은 가을 같은 긴 여름날, 강호에서 미불의 서화선을 본받고자 하네.
_ 정섭 「연경잡시」 中


전형적인 소치의 필법으로 그려진 작품으로 원경의 중앙에는 높이 솟은 산이 자리하고 있으며 근경의 강변에는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강 위에 띄워진 배 한 척에는 한가로이 배 위에서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이 묘사되어 있는데, 마치 두보의 시 구절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하다.
관기款記에 '을유년 여름 낙서암에서 78세에 그리다. 乙酉夏在樂棲庵中作此時年七十八' 라고 되어있는데, 낙서암은 1918년에 간행된 『조선불교통사朝鮮佛敎通史』에 전라남도 해남 대흥사大興寺(대둔사大芚寺)의 산내말사山內末寺 중 하나로 기록되어있으나, 현재는 정확한 위치가 파악되지 않는다. 허련의 78세 작품 중 해남 대흥사에서 그렸다는 관기가 남아있는 그림이 여럿 발견되어 이 당시 소치가 대흥사에 머물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