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칸옥션 제14회 미술품경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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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t. 032

미수 眉叟 허목 許穆 1595-1682
기언 記言
종이에 먹
25.6x17.3cmx16
병풍/추정 KRW 15,000,000-30,000,000

미수 허목은 조선 중기 유학자로, 영남 성리학의 학통을 이은 주자성리학자이면서 원시유학을 경모하는 독특한 학문적 경향으로 주자학 일색의 경직된 학문계에 활기를 불어 넣었다. 그의 학문적 경향은 이익-이가환-정약용으로 이어져 기호남인의 선구이자 남인 실학파의 초석이 되었다.
허목은 전서를 깊이 연구하여 독창적인 ‘미수전眉叟篆’ 이라는 서체를 만들었다.
본 출품작은 허목이 전서로 쓴 글씨로, 노수신盧守愼의 『소재집穌齋集』에 실린 내용과, 허목 자신의 문집인 『기언記言』과 『기언별집記言別集』에 수록된 내용을 적었다.
허목 특유의 전서체가 주는 고졸古拙한 풍격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녹봉노인鹿峯老人' 이라고 서명을 남겼으며, ‘공암孔巖’,‘화보和父’ 라고 찍힌 인장 두 방이 있다.

1
(孔子觀周, 遂入太祖)后稷(之)廟 (廟堂)右階之前 有金人焉 (三緘其口, 而銘其背曰 )古之愼言人也 三緘金人之口而銘其背
공자가 일찍이 주나라에 관광을 갔다가 태조 후직의 사당에 들어가서 묘당의 오른쪽 뜰 앞에 서 있는 금인을 보았는데, 그 입이 세 겹으로 봉해져 있었고, 그의 등에는 ‘옛날에 말을 삼가던 사람이다.’ 라고 새겨져 있었다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소재집穌齋集』 제2권에 「재차 쪽지를 보내다再簡」로 수록

2
戒之哉 毋多言 毋多事 多言多敗 多事多害 安樂必戒 毋行所悔 勿謂何傷 其禍將長 勿謂何害 其禍將大 勿謂不聞 神將謂伺人 焰焰不滅 炎炎若何 涓涓不壅 終爲江河 綿綿不絶 或成網羅 毫末不扎 將尋斧柯 誠能愼之 福之根也 口是何傷 禍之門也 強梁者 不得其死 好勝者 必遇其敵 盜憎主人 民怨其上 君子知
天下之不可上也 故下之 知衆人之不可先也 故後之 江海雖左 長於百川 以其卑也 天道無親 常與善人 戒之哉
경계할지어다. 말 많이 말고, 일 많이 벌이지 말라. 말이 많으면 실패가 많고, 일이 많으면 해가 많다. 안락安樂할 때 반드시 경계하여 후회할 짓을 하지 말라. 뭐가 나쁘랴 하지 말라. 그 화禍가 자라게 된다. 뭐가 해로우랴 하지 말라. 그 화가 커질 것이다. 듣는 이 없다 하지 말라. 신이 엿보고 있다.불이 붙기 시작할 때 끄지 않으면, 치솟는 화염火炎을 어찌하리오. 물이 졸졸 흐를 때 막지 않으면, 끝내는 강하江河가 되고 말리라. 실낱같이 가늘 때 끊지 않으면 그물처럼 커지게 되며, 털끝처럼 작을 때 뽑지 않으면 도끼를 쓰게 될 것이다. 진실로 조심하면 복福의 근원이 된다. 입은 뭐가 문제인가? 화의 문이 되는 것이다. 힘을 믿고 날뛰는 자 제명에 못 죽고, 이기기를 좋아하는 자 반드시 적수敵手를 만나게 된다. 도둑은 주인을 미워하고, 백성은 윗사람을 원망하는 법이니, 군자君子는 천하에 윗사람 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스스로를 낮추며, 여러 사람보다 앞서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자신을 뒤로 한다. 강하가 비록 낮지만 여러 내보다 큰 것은 낮게 있기 때문이다. 천도天道는 친소親疎가 없어 항상 착한 사람 편에 서나니, 경계할지어다.”
『기언記言』 에 「기언서記言序」로 수록

3
孔子曰 此言實而中情而信(詩云戰) 如臨深淵如履薄氷 行身如此 豈口過(患)哉
이 말은 진실되고 현실에 맞으며 깊은 못에 임한 듯이 얇은 얼음을 밟듯이 하라. 이와 같이 행동한다면 어찌 말실수가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