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칸옥션 제14회 미술품경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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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t. 047

석봉 石峯 한호 韓濩 1543-1605
귀거래사歸去來辭 : 도잠陶潛
종이에 먹
28x17.9cm
첩/(귀거래사 21면, 발 5면)
추정 KRW 50,000,000-100,000,000

조선 중기의 대표적 명필로 손꼽히는 석봉 한호는 원元나라 조맹부趙孟頫의 송설체 松雪體에서 벗어나 동진의 왕희지王羲之로 거슬러 올라가 조선 서예를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었다.
선조대왕宣祖大王의 신임을 받아 사자관寫字官으로 발탁되어 국가의 중요 문서와 명나라에 보내는 외교문서를 썼고, 중국 사절단에 서사관書寫官으로 파견되었으며 그로부터 사자관체寫字官體가 확립되었다.
선조대왕은 한호의 글씨를 몹시 아껴 그의 글씨를 늘 서재에 걸어두고 조석朝夕으로 감상하였으며 ‘취리건곤필탈조화醉裏乾坤筆奪造化: 크게 취한 가운데로 우주가 내품에 안기니, 붓으로 그 조화를 담아냈구나' 라는 친필 글씨를 내려 주기도 하였다.

본 출품작은 중국 동진東晉 시대 시인 도연명陶淵明이 지은 「귀거래사歸去來辭」를 쓴 작품이다.
한호가 행서行書로 쓴 ‘귀거래사歸去來辭’는 탁본拓本과 묵서墨書가 전하지만, 초서로 쓴 귀거래사로는 유일하며, 첩의 표지에는 서화가이자 수장가였던 김용진金容鎭(1878-1968)이 제첨題簽을 했으며, 서두에는 개성상인이자 수장가였던 동헌 이근태東軒 李根泰의 소장인이 찍혀있다.
말미에는 서화가이자 수장가이며 독립운동가인 오세창吳世昌(1864-1953)을 비롯하여, 김용진金容鎭, 한문학의 대가이자 독립운동가인 정인보鄭寅普(1893-?), 수장가이자 독립운동가인 임상종林尙鍾(1886-1944)의 발문이 있어 더욱 가치를 더한다.


此行艸帖 乃東軒居士李君所藏 偶獲一覽 筆力射眼 墨香沁鼻 因憶及王弇州世貞嘗
以怒猊决石渴驥奔泉
擬先生之書者 洵確論也 雖缺末行之款及印 亦何害於珍賞哉.
辛巳 重陽 七十八叜 葦滄 吳世昌
이 행초첩은 동헌거사東軒居士 이군(이근태李根泰)이 소장한 것인데 우연히 살펴
보니 필력이 눈을 찌르고 묵향이 코를 자극한다. 일찍이 엄주 왕세정弇州 王世貞이
‘성난 사자가 바위를 깨트리고 목마른 천리마가 샘물로 달려간다’는 말로 선생의
글씨를 견준 것이 실로 정확한 논평이었던 것이다. 비록 마지막 항의 관지와 인
장이 없긴 하지만 진귀한 감상물로서 무슨 문제가 되겠는가.
신사년(1941) 중양절에 78세 노인 위창 오세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