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칸옥션 제15회 미술품경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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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t. 034

방장유산시첩 方丈遊山詩帖 -

종이에 먹
33.6x22.8cm(17건)
첩/추정 KRW 30,000,000-50,000,000

이 서첩은 17세기 조선 중기 지리산 화엄사, 쌍계사 일대와 연곡사에서 활동하던 벽하 성정 碧霞 性靜, 설계 천기 雪溪 天機, 침허 율계 枕虛 律戒 등 방장스님이 당시 호남지역 학자인 담허재 김지백 澹虛齋 金之白, 영남지역 학자인 송파 서문상 松坡 徐文尙, 석동 이문재 石洞 李文載 등이 지리산 일대 명산 대찰을 기행할 때 만나 주고 받은 시 20여 수를 모은 첩이다.
서문상, 이문재, 김지백 등 일행은 남원에서 출발하여 1655년 10월 8일부터 11일까지 나흘간 구례 화엄사, 연곡사, 화개 쌍계사, 불일암, 신흥동, 칠불암, 옥부대 등을 유람하였으며 이 때 침허 율계, 벽하 성정, 설계 천기 세 분의 스님을 만나 서로 시를 주고 받았다.
이 첩에는 소승 성정의 시와 설계 천기 스님이 서문상 등에게 차운한 시를 포함한 시 20여 수와 서문상이 김지백에게 보낸 간찰 몇 편이 있고, 김지백의 후손인 김수민 金壽民이 이 첩을 만들 때 서문상의 고손자 서유신 徐有臣에게 받은 발문과, 김수민의 후손 김형원이 붙인 발문이 함께 남아 있다.
송파 서문상은 남원부사 서정리 徐貞履의 아들로, 1655년 아버지가 남원부사로 갈 때 그곳에서 학자인 김지백과 이문재를 만나 이 기행에 함께 하게 된다.
김지백은 남원 출신의 학자로, 이 유람에서 일행들이 지은 100여 편의 한시를 모아 「유두류산기 遊頭流山記」라는 유람록을 엮고 기문을 지은 바 있다.
본 출품작은 360여년 전 지리산 일대를 중심으로 한 서울과 남원의 선비와 선승이 유교와 불교를 넘나들며 격의 없이 교유한 흔적이 담겨있는 귀중한 첩이다.

神交不在形體內
千里身分意未分
目擊道存尼父說
面忘心得釋家云
靑松遇雪貞猶碧
香菊逢霜節轉馧
今日五更山野夢
淸儀相對話慇懃
정신의 교류는 겉모습에 있지 않아,
몸은 천 리나 나눴어도 마음은 나뉘지 않았네.
니부尼父(공자孔子)의 말씀에 도道 있음 목격하고,
석가의 말씀을 마음속으로 함께 이해하네.
소나무 눈 맞아 올곧으며 푸르고,
국화 서리 만나 반듯하며 향기롭네.
오늘 오경에 산야山野의 꿈 꿨는데,
의젓한 분 모시고 은근한 이야기 나누네.
- 소승 성정小僧 性靜

石門寒日暫迎留
爲對論玄更倚樓
深愧智愚分異道
最勝儒釋幸同遊
雨晴方丈黃花夕
雲起諸天赤葉秋
何事嶺南山寺好
此間淸絶可銷憂
차가운 날씨에 석문에 잠시 머물며,
마주하고 현리 논하다 누대에 더욱 기대네.
지능이 갈려 길이 다름이 매우 부끄러우나,
유석이 함께 노님이 가장 기쁘네.
비 개인 방장산 국화 핀 저녁,
구름 이는 하늘 붉은 잎 지는 가을.
어찌하여 영남은 산사가 좋은 건가,
맑고 빼어난 이곳에서 시름 놓을 만하네.
- 방장산인 천기方丈山人天機

敬次 絶韻
昌黎雖欲冠其巓 ㅇㅇ爭如誦妙蓮
霜落洞天ㅇ羽客 ㅇㅇㅇㅇ道心圓
- 침허 율계枕虛 律戒

침허 스님이 서문상 등에게 차운한 시이다.
아랫부분과 몇 글자가 훼손되어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기 어렵다.
창려昌黎는 당唐나라 문장가 한유韓愈를,
묘련妙蓮은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을 가리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