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0회 미술품경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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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t. 073

고송유수관도인 古松流水觀道人 이인문 李寅文 1745-1821
월야방우 月夜訪友
종이에 수묵담채/액자
24.4x43cm
추정 KRW 20,000,000-40,000,000
낙찰 KRW 20,000,000

본 출품작은 늦가을의 쓸쓸한 풍경을 정교한 필치로 묘사한 이인문의 추경산수화이다. 툭툭 치듯 감각적으로 표현한 생동감있는 수지법과 은은하게 내려다보이는 마을 풍경 등에서 전형적인 이인문의 화풍이 드러나며 세련된 홍운탁월 烘雲托月의 구름이 그린 달빛은 그의 화력의 극치를 보여준다. 우측 하단에 방문해온 친구를 맞이하는 선비의 모습은 가을 밤 풍경에 운치를 더해주고 있다.

이 작품은 중경과 원경에서 여타의 다른 작품에서 보이는 것과 달리 규모가 크고 시야가 넓은 특이한 면을 보인다. 산세도 웅장하고 광활한 면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는 이인문과 가장 가까운 친구였던 이광직李光稷과 연행하며 본 중국 그림들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작품 우측 상단에 찍혀 있는 인장 ‘翠雲書屋취운서옥’ 또한 이광직의 인장의 인장으로 보여진다. 이광직은 중인 신분의 중국을 통하는 역관이었다. 이광직은 서화에 대한 감식안이 뛰어나 당대 명인들의 작품에 평을 하기도 하였으며, 여러 화가들의 작품에 화제를 남기기도 하였다. 자신도 서예에 능하였다. 이광직은 1796년 동지사 사행 때 역관으로 수행했는데 그 때 이인문이 수행화사로서 함께 연경에 머물렀으며 그 곳에서 두 사람이 함께 엮은 서화첩도 현재 전한다. 그들은 조선에 돌아와서도 각별하게 지냈으며 이 두사람 뿐만 아니라 역시 동갑인 단원 김홍도도 자주 함께 어울리며 친하게 지냈다. 세 사람은 한데 어울려 그림과 글씨를 함께 하기도 하고 인장도 함께 공유하며 찍기도 했다. 김홍도와 이인문의 그림에 이광직의 인장이 간혹 함께 찍혀 있는 것은 그들이 그만치 가까워 인장까지도 공유하였기 때문이다. 마치 고람 전기古藍 田琦(1825-1854)와 형당 유재소蘅堂 劉在韶 (1829-1911)가 인장을 공유한 것과 유사한 경우이다. 이 그림의 두인으로 쓰인 '翠雲書屋취운서옥'도 같은 이유에서 찍혀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이 작품은 이인문의 수결과 인장은 없지만 풍경의 잔잔하면서도 세밀한 묘사, 담백한 채색에서 이인문의 화풍이 잘 드러나고, 그의 절친했던 친구인 이광직의 인장이 남아있어 이인문의 작품임을 더욱 뒷받침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