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0회 미술품경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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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t. 090

연담 蓮潭 傳 김명국 金明國 1600-미상
적벽 赤壁
모시에 수묵담채/족자
118.7x63cm
추정 KRW 200,000,000-400,000,000

본 출품작은 조선 중기 무렵에 제작된 대형 산수화로 북송의문인인 소식蘇軾(1036-1101)이 호북성湖北省 황강성黃崗城 밖에 위치한 적벽赤壁을 선유하고 지은 『적벽부赤壁賦』를 그림으로 표현한 적벽선유도赤壁船遊圖이다. 적벽부가 널리 퍼지면서 중국에서는 물론 우리나라에서도많은 문인들이 적벽을 유람한 시를 짓고, 배를 타고 적벽을 바라보는 선유와 그 모습을 그린 적벽선유도가 인기있는 화제로 자리잡았다.

이 작품은 화면의 구성이나 기법면에서 16, 17세기 연담 김명 국蓮潭 金明國(1600-?), 양송당 김시養松堂 金禔(1524-1593), 낙파 이경윤駱坡 李慶胤(1545-1611)으로 대표되는 조선화단의 회화화풍과 유사한 면모를 보인다. 당시 조선화단은 중국 명나라 대 진戴進(1388-1462)로부터 시작된 절파浙派 화풍이 주를 이루었다. 절파 화풍은 거칠면서도 개방적인 붓놀림과 먹을 많이 사용한 직업화가들의 화풍으로 훗날 간결하면서도 문기文氣 넘치는 문인화풍을 보인 오파吳派와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인다.

이 작품은 전통적 수묵법을 기반으로 하였는데, 필법이 자연스러워 당대 고수의 손길임을 느끼게 한다. 대상을 그린 부분과 여백을 자연스럽게 대비하였으며, 자연을 즐기는 인물과 배를 젓는 인물의 대조적인 모습은 율동감을 느끼게 한다. 오른쪽 화면의 과장된 절벽모습은 강희안姜希顔 筆 <고사관수도高士觀水圖>에서 보이는 절파풍의 기법이 엿보이며, 뱃놀이 하는 인물을 둘러 싼 물줄기와 바위나 갈대 등에서 보이는 대담하면서도 간략한 표현은 당시의 화풍을 잘 보여준다.

또한 배를 타고 있는 인물들의 모습에서는 자연 속에서 유유자적하게 살고자 하는 작가의 내면 세계를 엿볼 수 있는데,이런 작가의 의식은 조선시대 선비들이 꿈꾸었던 은일사상의 대표적인 표현이기도 하다. 세부 묘사 면에서도 작가의 뛰어난 솜씨가 잘 드러나는데 각각 사물들의 포치布置와 특히 배위에서 앉아 있는 두 선비와 배를 저어가는 두 시종들의 모습이 자연스럽다. 또한 그들이 입고 있는 옷가지를 표현한 선들은 작가의 날렵하면서도 뛰어난 붓 솜씨를 잘 보여준다. 이런자연스런 기교는 화면 전체에 서정적인 분위기를 넘치게 하는 미덕이 있다.

이 작품은 조선시대부터 일제강점기 이후까지 한국에서 전승되던 것으로 1951년 한국에 거주하던 프랑스인에게 팔려 이후 프랑스로 건너 갔다가 근래에 환수된 작품이다. 당시에 김명국의 작품으로 품평되어 족자 바깥면에 김명국의 작품임을 설명하는 메모와 구입 일자가 함께 적혀 있다. 이 작품은 김명국의 관지가 남아있지는 않지만 당시 전래된 증언이 있고, 작품의 수준이나 화풍, 바랜 흔적 등을 통해 김명국의 작품으로 충분히 인정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