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4회 미술품경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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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t. 034

죽란시사계첩 竹欄詩社契帖 : 익찬공서치계첩 翊贊公序齒稧 -

종이에 먹
29x18.5cm
첩/추정 KRW 10,000,000-25,000,000
낙찰 KRW 11,500,000

다산 정약용茶山 丁若鏞이 중심이 되어 결성한 ‘죽란시사竹欄詩社’는 18세기의 대표적인 시사이다. 『여유당전서與猶堂全書』에 실려있는 「죽란시사첩서竹欄詩社帖序」에서 죽란시사는 15명의 남인 관료들로 구성되어있으며 동인들과 앞으로 시사를 이끌어나갈 전개 방향을 작성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죽란시사첩은 그 실물이 발견되지 않아 그 안에는 15명의 명단과 시사의 규약이 기록되어있음을 추정할 뿐이었다.

『익찬공서치계첩翊贊公序齒稧帖』은 정약용을 포함한 남인 관료 15명의 목록과 이들의 모임 규약이 기록된 필사본 첩이다. 앞의 ‘서치 序齒’ 부분에는 죽란시사 구성원들의 명단을 나이순으로 배열하고 각 계원의 이름, 자, 본관, 생년월일을 상세히 기록했고 그 뒤에는 ‘사약社約’을 적어놓았다. 사약은 8조로 구성되어 있는데, 구성범위, 덕의 德義를 서로 권하고, 생일을 축하하고, 춘추가절春秋佳節에 유람하고, 자녀를 얻고 벼슬이 높아지면 모임을 갖고, 세상 사람들의 과오를 얘기하면 벌주 한 잔을 마시고, 사사롭게 작은 술자리를 만들거나 모임에 불참하면 벌주가 석 잔이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익찬공서치계첩』에 등장하는 15명이 명단이 「죽란시사첩서」에 기록된 인물들과 완벽히 일치하며 ‘사약’이라는 명칭 자체가 이 것이 ‘죽란시사’의 약속임을 추측할 수 있게 한다. 또, 사약의 내용이 정약용이 「죽란시사첩서」에 서술한 시사의 방향, 규율 등과 부합하여 『익찬공서치계첩』이 바로 ‘죽란시사첩’임을 증명한다.
이 첩을 소장했던 사람은 ‘익찬공翊贊公’으로 볼 수 있는데 ‘익찬공’은 시사 동인 중 한 사람인 한백원韓百源이다. ‘익찬翊贊’은 세자익위사世子翊衛司의 정6품 관직으로 『일성록日省錄』과 『승정원일기承政院日記』에서 한백원이 세자익위사 익찬에 임명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은 이 첩이 죽란시사첩임을 증명하는 또 다른 근거가 된다. 표지에 남아있는 ‘익찬공서치계첩’ 글씨는 아마 한백원이 사망한 후에 그 후손에 의해 쓰여진 것으로 보인다.
익찬공서치계첩은 어떤 문헌에도 기록이 실려있지 않은 죽란시사의 결성과 구성, 활동의 실체를 분명하게 확인해주며 18세기 후반 남인계통의 교류를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다.

명단 뒤에 남아있는 '사약 社約'은 시사의 조약으로 내용은 다음과 같다.
一先輩盛時多兪甲契, 今放其意而稍廣之, 年甲差七八者, 皆錄之. 一吾輩幸生同時, 得與同好, 宜德義相勸, 名檢相勗, 毋以嬉敖相尙 .一諸位生朝及佳辰令節, 幷辦小會. 一每春秋氣佳, 簡通諸位, 點定遊覽之所, 賞花看楓. 一有生男者, 醮子嫁女者, 出宰按藩者, 陞資者, 幷令本人自辦燕會. 一每有宴集, 酒 旣行, 出韻賦詩, 作小序以識之. 一方讌時, 有或叫呶損儀者, 罰一爵, 有談論世人過惡者, 罰一爵. 一有私設小酌, 不與衆共者, 罰三爵, 有無故不參會者, 罰三爵.
1 선배들은 융성했던 시절 많이들 동갑계를 만들었다. 이제 그 취지를 모방하되 범위를 조금 넓혀서 나이차가 7, 8세 나더라도 모두 포함시킨다.
2 우리들은 요행히 같은 때에 태어나 함께 어울릴 수 있으니 마땅히 덕과 의리를 서로 권장하고 명예와 규범에 서로 힘쓸 것이며, 제멋대로 유희하지 않도록 한다.
3 각 계원들의 생일이나 아름답고 좋은 철을 만나면 작은 모임을 갖는다.
4 매년 봄가을에 날씨가 좋으면 각 계원들에게 편지를 보내 유람할 곳을 낙점하고 꽃을 감상하거나 단풍을 구경한다.
5 아들을 낳은 계원이나 자녀를 결혼시킨 계원, 지방 수령이나 감사로 나간 계원, 품계가 올라간 계원은 모두들 본인이 잔치를 마련한다.
6 잔치나 모임이 있을때마다 술잔이 오가고 나면 운韻을 내어 시를 짓고 소서小序를 지어 사연을 기록한다.
7 한창 연회할 때 떠들썩하게 떠들어서 품위를 손상시키는 계원은 벌주 한 잔을 주고, 세상 사람의 과오를 들춰내 말하는 계원은 벌주 한 잔을 준다.
8 모두와 함께 하지 않고 사사로이 작은 술자리를 갖는 계원에겐 벌주 석 잔을 준다. 까닭 없이 모임에 불참할 때에도 벌주 석 잔을 준다.

참고문헌 | 안대회, 「다산 정약용의 죽란시사 결성과 활동양상 : 새로 찾은 죽란시사첩을 중심으로」, (대동문화연구 vol.83, 2013) pp.93-130